-내신 시험문제 공개는 사교육 경감 대책이 아니라, 사교육 활성화 대책
2009년에 실패했던 정책 반복, 기출문제 공개한 학교는 사교육비가 낮은지 교육부가 증명해야
교육청은 사교육업체에 대한 불법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조사 후 그 결과를 공개해야

 

지난 10, 온라인 과외 업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학교 시험지 업로드 이벤트라며 중간고사 시험지를 만 원에 구매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업체가 이렇게 구매한 문제를 되팔이를 하는 등 학교 기출문제를 활용하는 사교육이 발생해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입니다. 당시 정부는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대처하겠다고 하였으나 이후 어떠한 발표도 이뤄진 바 없습니다.

 

○ 최근 교육부는 모든 중·고등학교가 내신 기출문제를 공개할 수 있도록 관련 훈령과 지침을 고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2009년부터 기출문제 공개로 사교육을 경감하겠다는 정책을 실행해왔는데 학교 재량에 맡겼던 것을 강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부 스스로 저작권법을 지킬 자신이 없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저작권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시험문제를 공개하면 학원에서 무단으로 공유하고 재배포하는 일은 더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 교육부가 2009년 대책을 발표하던 당시 기출문제를 공개하면 사교육 시장이 억제되는 것처럼 추진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이미 많은 학교가 홈페이지, 학교 도서관 등을 활용하여 기출문제를 모아놓고 있고, 필요한 경우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기출문제가 공개된 학교 인근은 사교육이 줄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기출문제 공개가 사교육 대책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히려 기출문제들을 활용한 사교육 시장만 더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 지난 10여 년 간 사교육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물가가 오르고 사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화되면서 늘어난 지출이 존재합니다. 교습비를 많이 받기 위해 과목 쪼개기 등의 일이 학원 업계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같은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도 시기에 따라 시험 대비 특강, 방학 특강 등 이름을 붙여 추가 요금을 받다 보니 사교육 지출 자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신고된 교습비와 다르게 받는 경우가 언론에 매번 보도되는데도 정작 신고가 들어오면 시늉에 그칩니다.

 

○ 교육부가 사교육을 문제 삼으며 정책을 내놓을 때, 그 대상은 늘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입니다. ‘학교가 선행학습을 하니까 사교육이 생긴다.’라며 공교육정상화법을 실행한 결과 사교육에서의 선행교육만 활성화되었습니다. ‘동일한 교육과정을 실행하니까 사교육이 늘어난다.’라며 교육과정 다양화를 추구했더니 사교육이 분화되어 학원비를 높였습니다. ‘학교가 시험문제를 공개 안 해서 사교육이 생긴다.’더니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특강들이 생겼습니다. 사교육에게 선행학습이나 특정 분야 학원이나 교습소, 특강을 이유로 과도한 금액을 책정하는 등의 방식에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늘 학교가 개혁 대상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사교육비는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 교육부의 사교육 대책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으로 향해야 합니다. 이미 실패한 정책들의 답습은 똑같은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사교육비 대책이 이럴진대, 교육부가 내세운 교육개혁으로 사회 난제를 해결하겠습니다라는 구호는 공허해 보입니다.

 

○ 사교육 업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불법으로 학교 내신문제를 사용하는 업체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그 내역을 공개하십시오. 불법적인 특강 교습비 운영, 지원청이 정한 교습비 이상의 금액 징수 등의 신고가 들어올 경우 합동조사단을 운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십시오. 지난해 언론 보도로는 서울지역 교육지원청에 학원비 인상 요청이 접수될 경우 승인 비율이 76%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5년간 25백여 건이 접수되었는데 회의를 통한 심의는 단 8번에 그쳤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조정위원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교육 경감 대책은 이러한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지, 기출 문제 공개가 아닙니다.

 

 

 

2024.1.30.

 

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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