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이 나에게 건넨 말 북토크 리뷰

“4.3때 희생된 3만 영혼과 산천초목이 광주 북토크에 함께 왔습니다.”

2024323일 토요일, 한상희 작가님과 대담자 평동초 김지연 선생님 진행으로 『4.3이 나에게 건넨 말』 북토크가 광주 5.18 교육관에서 실천교육교사모임과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광주교사노동조합, 5.18 민주화운동 교육관 주관으로 시작되었다. 대담자와 작가가 주고받는 북토크 방식으로 책의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작가님의 개인사와 책 속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흥미로우면서도 4.3에 얽힌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듣게 되었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북토크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홀린 듯 역사 속 그 시절의 모습과 지금 현재의 제주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 갔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을 투사의 이미지로 그리곤 했었는데, 실제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한상희 작가님은 참으로 따뜻하고 온화했다. 벌써 봄이 내 옆에 다가온 것 같았다. 작가님이 건넨 이야기와 생각들은 온화하면서도 강인한, 외유내강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북토크를 통해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가 알게 된 것도, 그 속에 많은 희생과 아픔만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과 고민들, 회복적 정의와 역사 속 정의로운 시민들의 모습에서 나도 많이 배워간다.

아래는 광주 북토크의 내용을 스케치해 본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질문과 답변은 간결하게 표현했다.

Q1.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의 말을 빌려 <순이 삼촌> 현기영 작가님은, 한상희 작가가 전하는 역사적 진실을 날카롭고 예리하게 다듬어져 명쾌하지만, 전하는 방식은 친근하고 다정하다는 표현하셨고, 김종민 4.3 평화재단 이사장님은 4.3이라는 77개월 동안 일어난 복잡한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이 책은 청소년, 교사, 시민들이 모두가 필독해야 한다라고 덕담을 하셨다. 작가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A1. 저는 4.3때 희생되었던 3만 영혼과, 다시 새롭게 싹튼 제주의 산천초목과 시민성을 발휘했던 사람들과 함께 왔다. 저의 이야기는 3만 영혼의 이야기이며, 시민성을 발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제 소개는 이후 이야기에서 나오게 될 것 같다.

 

Q2. 작가님을 작년 오월 학교로 제주에 갔을 때, 이 책을 가지고 직접 답사 인솔을 해주셨잖아요. 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직접 미인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선생님의 미모에도 설득력 있는 사연이 있더라구요. 미모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해주시라.

A2. 4.3 당시 이제 마을이 불탈 때, 어린 남매였던 8살 소녀가 저희 어머니였고, 5살 소년이 저희 외삼촌이었다. 마을이 불탈 때, 일가친척이 다 희생이 되어 외롭다고 생각됐던 남매는 외롭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많이 낳자고 약속을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8명을 낳았고, 외삼촌은 7명을 낳았다. 저는 8살 어린 소녀가 다시 인생의 회복을 위해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사연이 있을 거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아름답다.

 

Q3. 그전에 제가 생각했던 4.3의 이미지는 학살의 이미지였는데, 책 속의 다시 삶을 재건하고 공동체의 만들어가는 생성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4.3 이후, 작가님 가족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하다.

A3. 4.3 이후 불타 홀로 남은 어린아이들의 삶(희생적 삶)만 생각하면 너무 아프지만, 그 이후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 시민성을 발휘한 사람들의 삶은 정의로운 미래지향적 이야기다. 직면하는 삶과 다시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지 봐야 한다. 4.3을 겪은 어머니, 아버지는 늘 대비하는 교육을 했다. 어머니가 우리 8남매를 길러낸 가족의 원칙으로 1) 직업예정설-> 자식들이 13살 이전에 자급자족 공동체를 꾸며야 했고, 2) 독립의 원칙-> 20살의 심리적, 경제적 독립해야 했으며, 3) 형제책임주의-> 어려우면 형제들끼리 돕고, 자립심이 생기도록 하셨다. 이 원칙들은 여전히 커다란 유산으로 남아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의 3장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Q4. 책 속 장 구성에 작가님의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A4. 『4.3이 나에게 건넨 말』이라 이야기체로 바꿔서 그 여정의 시간들로 구성했다. 1장은 4.3이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2장은 영화와 소설을 모티브로 활용하여 4.3을 기억하는 법을 소개했다. 3만명의 희생이기 때문에, 3만개의 사건으로 기억하자. 3장은 광풍의 순간에도 공동체를 유지하는 법, 가족사를 통해서 어떻게 분단과 역사에 꿰맞춰지는가? 4장은 똑같은 상황이여도 악의 평범성 VS. 선의 시민성에 대해 용기를 실천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 5장은 일상에서 4.3이 건넨 말을 기억하는 방법, 그건 선의 시민성(작가가 만든 개념)을 실천하고, 회복적 정의로 나아가는 것을 이야기 했다. 4.3이 나에게 건넸고, 이제 제가 여러분에게 건넨 말이 되었다.

 

Q5. 4.3에 대한 학생들의 여러 가지 반응이 궁금하다. 작가님께 가장 인상 깊었던 학생들의 반응을 들려달라.

A5. 현기영 작가님과의 북토크에서 아이들이 질문하기를 현기영 작가님의 소설은 너무 어두워요. 순이 삼촌의 이야기는 어둡고 슬프다. 4.3의 밝은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현기영 작가님이 아는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4.3때 몰라구장 이장님 이야기, 성산포 예비검속 학살 거부-지미둥이 순경의 이야기, 문형순 서장님의 이야기 등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더라.

 

Q6. 청소년 독자, 미래세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얻어갔으면 하는 한가지는 무엇인가.

A6. 4.3은 여러 사람의 희생, 사건으로만 보면 박제화된 사건이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3만개의 사건으로 기억하고, 이해하며 자기화하여 얻어가길 바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 동굴로 많이 숨었던 그 당시, 암흑과도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버틸 수 있었던 ‘온기’, 일가친척과 옆 사람의 ‘온기’처럼, 역사로부터 힘을 얻기를 바란다.

 

Q7. 광주와 제주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7. 5.18 민주항쟁에 앞장섰던 사람들의 심정과 4.3때 미군정의 선진무기에 맞서 싸운 그 사람들의 심정은 뭐였을까? 국가폭력을 광주와 제주가 당했다. 탄압이라는 국가 폭력이 이행된 사건, 그럼에도 공동체를 유지했었던 자랑스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적극적 평화가 간절했던 사건이기에, 그래서 우리가 적극적 평화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국가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한 정책과 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적극적 평화다.

 

Q8. 작가님의 마지막 한마디를 듣고 싶다.

A8. 한 마디라고 했지만, 이 책의 에필로그로 대신해도 될까요? 그런데 에필로그를 썼더니, 다시 시작되는 프롤로그가 되었다. 내가 4.3을 몰랐더라면, 공동체의 온기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을 거다. 4.3을 알게 되어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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