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우리 선생님들은 큰 슬픔에 잠겨야 했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선생님들은 이 사건을 우리 모두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죽음이 개인적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죽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인권이 무너지고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한 학교 현실을 두고도 교육 당국은 수수방관해 왔습니다. 아니 수수방관을 넘어서 선생님들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았고, 급기야 우리 사회는 학교에서 생의 마지막을 선택하신 선생님을 봐야만 했습니다. 무너진 질서와 권위 속에서 선생님은 그 모든 아노미 상황을 홀로 견디셔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이 그러하였습니다.

 

만시지탄이라는 진부한 사자성어를 떠올립니다. 사회적 타살을 겪으신 선생님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순직 인정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조차도 선생님과 유족에게는 수많은 투쟁 끝에서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순직 인정은 당연한 절차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애통하고 슬픈 마음으로 환영하지만, 우리는 이것으로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과 이별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을 기억하겠습니다.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으신 유족 분들, 그리고 지금도 묵묵히 학교를 지키시고 계시는 대한민국 선생님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보냅니다.

 

 

2024. 2. 28.

 

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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