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2월 1일, 유명 웹툰 작가와 관련한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한 1심 유죄 선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선생님은 벌금 200만원의 선고 유예를 받았으나 해당 재판과 관련하여 교육계가 우려할 지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대법원은 지난 1월 11일, 동의받지 않은 수업 중 대화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판결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립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의 판결은 예외적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교실 내의 불신과 다툼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해당 판결의 법리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현장의 교사들은 교실 속 모든 교육행위가 언제든 법적 공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에 노출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해당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특수교사 및 통합학급 담임 교사들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 학생 가족 측은 사안 발생 직후 학교장에게 찾아가 문제 해결 방안을 요구하였으나 제도적 방안 부재를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교육지원청을 통해 다시 해결방안을 논의하였으나 해당 기관으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제외하고는 어떤 방안도 없다는 소극적 답변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가족 측의 일방적 해명이나 이러한 사안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교육당국이 해당 절차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미비점을 명백하게 밝혀 시정해야 할 것입니다.

○ 또한, 가족 측에서 학교장과 교육청에 접촉하고 이후 경찰에 신고를 감행하기까지 정작 당사자인 교사는 그 어떤 소명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경찰 통보부터 받았습니다. 만약 어떤 교사의 교육행위에 어떤 부족함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제도적 해결방안 없이 곧바로 사법 권력 앞에 홀로 서야 할 사안인지에 대해 비통한 심정입니다.

○ 교사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어떤 변수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교실 속에서 교사가 언제나 이상적인 대응을 해내기를 바라는 것은 허구적 이상일 것입니다. 이번 사안으로 인해 현장의 교사들은 스스로의 교육행위가 언제든 예고 없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드러난 제도적 허점과 법적 논리의 침범은 정당한 교육행위의 경계를 더욱 불분명하게 하여 학부모에게서는 신뢰를, 교사에게는 의욕을 앗아갈 것이 분명합니다.

○ 무엇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은 당장의 특수교육 현장입니다. 개학을 한 달 앞둔 특수교육 관련 교사들은 교육이 아닌 법적 논리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통합학급의 담임 기피 현상은 악화될 것이며,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에 임했던 특수교사들도 방어적이고 위축된 태도로 교육에 임하게 될 것입니다.

○ 아동은 스스로의 방어권을 획득하고, 교사는 자신의 교육행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할 제도적 · 법적 정비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교사가 사법 권력 앞에 더 이상 홀로 노출되지 않고, 학교 내의 갈등은 교육적 방안으로써 해결할 수 있도록 할 전문화된 기구와 인력배치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이는 오로지 법리적 해석에 의한 것이 아닌 반드시 교육 현장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2023. 2. 3.

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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