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늘봄학교, 시범운영학교 모집 전면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늘봄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교원단체들의 문제 제기에 늘봄학교 운영체제와 교원의 분리하겠다는 원칙적 대답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여전히 미뤄둔채 시범학교 모집에만 힘쓰고 있습니다. 시범학교 신청 마감 기한이 다가오면서, 현장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늘봄학교를 추진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따라 각 교육청은 20241학기 늘봄 선도학교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한시적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여 늘봄학교 담당업무 교사를 추가 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늘봄학교 시범운영학교 전체에게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인원일 뿐입니다. 또한 한시적 기간제 교사에게 담당 업무를 맡긴다는 것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단기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일 뿐입니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교사 증원이 늘봄학교 담당업무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해 늘봄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대전의 경우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돌봄을 내세웠지만, 이를 이용한 신청자와 이용시간은 매우 적었고 예산과 행정 낭비만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올해 70개의 학교 모집을 계획하였으나 29개의 학교만이 지원하는 등 현장의 호응도는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이는 업무를 담당할 교사가 모자라서 생겨난 문제가 아니라, 늘봄이라는 정책 자체가 실효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늘봄학교에 대한 모집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대전만의 상황이 아닙니다. 부산에서는 학교의 신청이 저조하자 본래 희망 제출로 계획하였던 것을 뒤집고, 전체 학교가 실시한다고 지침을 바꾸었습니다.

 

심지어는 학교장 역시 교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민주적 합의 절차 없이 늘봄학교를 신청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충북 지역에서 사전에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기습회의를 열고, 참석하지 않은 교사들은 동의로 처리하는 등의 날치기 통과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였습니다. 이렇게 졸속으로 운영되는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리라고 기대하기 힘듭니다.

 

 

교육과 돌봄은 각각의 전문 영역입니다. 짜장과 짬뽕을 합친 짬짜면도 명확히 경계를 구분합니다. 짜장과 짬뽕을 구분없이 섞어버린 음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돌봄의 공간 문제 등에 대해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해왔지만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늘봄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몇 년간 학교 현장이 겪었던 어려움은,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강제적인 방식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돌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도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에 실천교육교사모임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각 지역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늘봄학교 모집을 당장 중단하고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십시오.

하나, 교육부는 2023년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행된 늘봄학교에 대한 평가회를 가지고 이에 대해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십시오.

하나, 늘봄에 대한 운영 모델을 다각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돌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내실 있는 돌봄 정책을 마련하십시오.

 

 

2024.1.16.

 

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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