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교사전문성 연수(8):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8) -수업에서 주의를 끌고 유지시키는 기술(3)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학생이 수업 중 교사의 수업 내용을 순간적으로 동시에 기억할 수 있는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단기기억(작업기억) 속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수는 고전적 이론에서는 7±2개였지만 최신 이론에 따르면 정상적인 성인의 경우 평균 4~5개 정도이다. 어린이와 노인의 단기기억 용량은 이보다 작다. 학생들의 나이가 같아도 개인에 따라 단기적 기억 용량은 1~5개로서 그 차이가 크다. 이 용량이 20~100개처럼 더 컸으면 좋았을까? 아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주의가 너무 여러 가지에 분산되어 인간은 정보패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생존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단기기억의 용량과 학습자의 주의력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림 1]처럼 단기기억(작업기억) 시스템에 동시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정보의 수가 용량을 초과하게 되면 (즉 작업기억의 작업대가 너무 꽉 차면) 각 정보에 충분한 주의를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자연히 정보의 패턴도 파악하기 어려우며 학습자의 주의력은 산만해지거나 학습을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학습자의 뇌는 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정보에 대해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고 유지할 수 있다. 학습이 느린 아동은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정보의 개수가 1~2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작업기억 과부하가 일어나며 주의를 제대로 집중할 수 없게 된다. 교실에는 학년에 상관없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10%쯤은 된다.
 
[그림 1] 정보처리모델의 작업기억 시스템(Sousa, 2017)

[주] 즉시기억(immediate memory) - 지각 후 즉시 기억하고 즉시 회상할 수 있는 임시적 기억
 
  학습자가 교사의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주의를 기울여 단기기억인 작업기억 시스템에 그 내용을 올려놓고 패턴을 파악한다. 패턴의 파악이란 기존의 기억 속에서 ‘같거나 유사한 정보’를 찾는 과정을 말한다. 뇌는 새로운 정보를 마주할 때 마다 기존의 신경망을 뒤져서 이 새로운 정보와 크기·모양·특성 등에서 동일하거나 가장 유사한 것을 찾는다. 이때 새 정보와 꼭 들어맞는(fit) 신경망을 찾으면 이해가 일어나고 못 찾으면 이해에 실패한다. 이해에 실패하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소실된다. 패턴의 파악이 정보를 이해하는 첫 단계다. 
 
  지난 칼럼에서는 주의를 끌기 위한 조건으로 수업내용이 새롭거나 학습자의 삶에 유익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런데 수업내용이 새롭고 학습자의 삶과 관련된 의미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패턴 파악을 위한 작업대(단기기억, 작업기억)가 너무 좁아(학생에 따라 1~4개) 교사의 수업 정보를 순간적으로 다 담지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작업기억에 과부하(overload)가 일어나는 것으로, 이 때는 학습자의 주의가 너무 여러 개에 분산되어 정보의 유지가 어렵게 되고 급기야는 학습자의 주의를 받을 수 없어서 정보가 망각(소실)된다. 
  수업 시 교사는 모든 수업 정보가 모든 학습자의 작업대에 유지되어 학습자가 패턴을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학습자가 수업 내용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기 위해서는 수업내용이 새롭고 의미 있는 것이기도 해야 하지만 작업대 공간을 신속하게 “비우는” 작업 역시 필수 조건이다. 교사는 수업 중 학생들의 작업대 공간이 늘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고려해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해야 한다. 작업대 공간을 비우기 위한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하나는 단기기억 비우기이고 다른 하나는 작업기억 비우기이다. 
[주] 단기기억(short-term memory)과 작업기억(working memory) – 단기기억은 가령 “Q, A, B, D를 따라 말하세요”라고 할 때는 단기기억이 동원되고, “Q, A, B, D를 거꾸로 말하세요” 혹은 “Q, A, B, D를 알파벳 순으로 말하세요”라고 할 때는 정보처리 작업이 수반되기 때문에 작업기억이 개입된다. 한편 단기기억 용량이 크다는 것은 정보를 동시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업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작업기억 용량이 크다는 것은 정보를 단기기억 시스템에 올려놓고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말한다. 작업기억 용량은 인지적 학습능력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가령 “17에서 9를 빼기”라는 작업을 할 때는 작업기억 용량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정상적 용량을 가진 아동은 이를 암산할 수 있다. 하지만 “711에서 438을 빼기”를 암산하려고 할 때는 훨씬 더 많은 작업기억 용량을 필요로 한다. 물론 종이에 써서 셈을 한다면 작업기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1)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정보 비우기
  단기기억 시스템에 올라오는 정보(예: 교사의 수업 내용)를 신속하게 비워야 학습자는 교사의 다음 수업 내용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단기기억의 정보 비우기란 단기기억 시스템에 들어온 새로운 정보를 장기기억이나 외장 하드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단기기억 작업대를 비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필기하는 것이다. 이때의 필기하기는 컴퓨터로 말하면 외장 하드로 자료를 옮기는 과정인 셈이다. 노트에 적는 순간 그 정보는 단기기억 작업대에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노트에 필기하는 순간 작업대는 비워지고 교사의 새로운 수업 내용을 받아들일 준비 태세가 된다. 이는 상대방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폰에 입력하는 순간 그 번호를 더 이상 기억 시스템에 머물게 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단순한 필기 외에 그래픽 오거나이저로 수업 내용을 정리해도 이 역시 멋진 외장하드 역할을 하게 된다. 작업대를 비우는 더 바람직한 방법은 신정보를 기존에 알고 있던 사전지식에 연결시키는 일이다. 이때의 연결이란 정보를 적용·분석·종합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신정보를 구정보(이미 알고 있는 관련 지식)에 통합하는 깊이 있는 학습 활동을 말한다. 신정보(교사의 수업내용)가 구정보에 연결되는 순간 신정보는 구정보에 통합되고 작업대 공간은 비워진다. 이렇게 되면 학습자는 계속해서 교사의 수업 내용을 작업대 위로 받아들이면서 이들에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일 수 있게 된다. 
 
2) 작업기억(working memory) 작업대 비우기
  작업기억 작업대 비우기는 단기기억 작업대 비우기와 약간 다르다. 수업 시작종이 치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왔을 때 아이들의 뇌 속은 흔히 쉬는 시간에 있었던 일로 꽉 차있다(즉 작업 중이다). 즉 주의 자원이 다른 정보처리에 쓰이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한다면 교사는 학습자의 주의 자원을 온전히 자신의 수업에만 집중시킬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교사는 수업 전 학습자의 작업기억 작업대 위에서 일어나는 분주한 작업을 중단시키거나 일시적으로라도 치워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으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 옆자리 짝에게 아직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내용을 말하게 한다. 그러면 작업대 공간이 비워진다. 고민이 있는 사람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고민이 완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머리를 꽉 채우고 있던 생각이나 고민거리를 종이에 다 적은 다음에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게 한다. 이것도 작업대를 비우는 좋은 방식이다. 
• 학습자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수업 내용을 제공한다. 사람은 어떤 한 가지 일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면 그 이전까지 머리를 꽉 채우고(즉 작업하고) 있던 생각이나 고민을 일시적으로라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즉 작업대를 비울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학생은 교사의 수업 내용에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정보를 유입 속도에 맞춰 처리하지(즉 패턴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학습자는 아래 [그림 2]처럼 학습하기를 중도에 포기하고 딴 짓을 하게 된다. 수업 중 학습자가 보이는 주의 산만을 태도 불량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는 교사가 학생의 작업대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너무 많은 내용을 외장하드의 제공도 없이 만성적으로 작업기억 과부하를 일으키는 수업을 하는 것과 관련이 크다. [그림 2]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림 3]과 같은 방법으로 학습자를 수업에 몰입시킬 수 있다.
 
[그림 2] 작업기억 과부하와 주의 산만
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421016265143049356/
 
[그림 3] 주의 집중력을 높이는 수업 스킬
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421016265143049356/
 
  앞의 1) 2)에서 소개한 방법 외에도 과부하를 줄이거나(즉 작업대를 비우거나) 주의자원을 수업 내용에만 집중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많다. 작업기억의 작업대를 비우는 방식 즉 학습자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방법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도 효과적이다.
 
- 반복이나 복습활동을 통해 배운 것을 장기기억으로 옮긴다.
-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게 하고 종합함으로써 작업대를 비운다.
- 학생 각자가 동료의 인터뷰에 응해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고민거리나 생각을 비운다.
- 학생이 어떤 절차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면(의문을 갖는 자체가 작업기억 작업대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됨) 이 절차를 이해해 의문을 해소하거나 다른 동료에게 그 절차를 가르쳐줌으로써 의문으로 인해 복잡해진 작업기억 작업대를 다시 비울 수 있게 된다(SeeOne-DoOne-TeachOne). 
- 정해진 시간 동안 머릿속 생각을 짝과 함께 얘기함으로써 작업기억의 작업대를 비운다(Timed Pair Share).
- 생각이 필요한 질문을 교사가 던지고 학생들이 이에 대해 토론해 최선의 대안을 만들어 발표하게 함으로써 수업에 방해되는 작업기억 작업대 위의 작업을 치울 수 있다.
- 서로 악수하거나 구호를 외치면서 화이팅한다.
- 간단한 운동을 한다(예: 줄넘기). 
-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 재미있는 스포츠를 한다.
- 잠시 명상을 한다.
- 과거를 잊고 현재에 집중하는 마음 훈련을 한다.
 
  정리하면 교사가 학생의 주의를 끌고 유지시키기 위해 단기기억의 작업대를 비우거나 현재 다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뇌의 작업기억 공간을(즉 다른 곳에 할당되고 있는 주의자원을) 교사의 수업내용으로 끌어오는 수업 스킬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작업대 크기를 고려하여 수업을 해야 한다. 교사는 매우 자연스럽게 칠판에 필기하면서 동시에 설명하지만 이때 학습자의 작업대(단기기억, 작업기억)는 비좁고 바쁘다. 작업기억 용량이 작은 즉 정보처리 능력이 부족한 학습자를 고려해 교사는 천천히 짧게 설명하기, 필기할 시간 주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설명 지양하기, 특히 학습이 느린 학습자들을 위해 그래픽 오거나아저 등의 ‘외장하드’ 활용하기 등 의 수업기술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지도할 때 이런 수업의 필요성이 더 크다. 교사가 학습자의 작업대 크기나 정보처리 속도의 고려 없이 수업을 하면 수많은 아이들은 수업내용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게 되고 딴 짓을 시작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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