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교사전문성 연수(4):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4) – ‘감정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목차
1. 감정의 이해
  1) 감정이라는 것
  2) 감정 상태를 결정하는 신경전달물질(호르몬)
  3) 뇌의 3층 구조와 ‘감정의 뇌’ 
  4) 뇌의 ‘감정 정보’ 우선적 처리
2. 감정과 인지, 의사결정
3. 감정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4. 감정과 교실 수업
  1) 학습자의 감정 조절 돕기
  2) 수업의 질과 교사의 긍정적 감정
  3)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학습 목표의 제시
  4) 감정을 활용하는 5가지 수업 전략
5. 맺음말
 
 
  “감정(emotion)은 학습으로 가는 관문(gatekeeper)이다”라는 말은 인지과학의 금언이 된지 오래다. 지난 약 30년간 인지과학의 발전 중 으뜸가는 것을 꼽는다면 ‘학습과 경험에 의해 뇌가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증명한 점이다. 이를 통해 학습 지능이 고정되어 있다는 전통적인 고정 관념(fixed mindset)을 깨고 교육자들이 성장관점(growth mindset)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아울러 감정이 뇌의 인지 기능(예: 학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많은 비밀을 밝혀낸 것도 인지과학의 빛나는 업적이다. 앞으로 감정과 학습에 대한 내용을 2회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이번 칼럼은 그 첫 번째 내용으로 감정의 이해, 감정과 인지, 감정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감정의 이해
 
  감정이란 어떤 것이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또 어떤 감정이 학습에 도움이 되고 어떤 감정이 학습을 방해하는가? 이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1) 감정이라는 것
  감정에 대한 정의는 아직 세계적으로 통일된 것은 없지만 대체로 아래와 같다.
 
“감정은 신경시스템과 관련된 마음의 상태로서 생각, 기분, 행동적 반응, 즐거움과 불쾌함의 정도와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화학적 변화(chemical changes)에 의해 일어난다. 감정은 특정한 생리적 활동 패턴과 관련된 화, 반감, 두려움, 슬픔, 놀라움, 기쁨 등과 같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경험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Wikipedia)”
 
  감정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Lisa Feldman Barrett, 2017)의 저자는 감정에 대한 기존의 연구와 통념을 깨고 “감정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즉석에서 곧바로 우리가 구축하는 것이다. 감정은 뇌의 특정 영역에 위치하거나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것도 아니다. 감정은 역동적인 신경망의 활동이 만드는 문화와 결과에 의해 변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감정이 인체의 각종 호르몬의 분비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감정은 우리 몸에 중요한 호르몬의 분비를 총괄하는 내분비기관인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주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감정의 분자(molecules of emotion)」라는 책을 쓴 퍼트(Pert, 1999)는 분자 수준에서 감정은 감정의 메신저인 펩타이드(peptide)를 매개로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교사는 학생이 겪는 감정을 이해하고 수업에 도움이 되도록 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긍정적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주의와 동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편 부정적 감정은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습자의 주의, 동기, 학습전략의 선택, 학습의 자기조절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불안, 수치심 등의 부정적 감정은 단순 암기나 학습자료의 기계적 암기처럼 학습전략의 사용을 융통성 없게 만든다. 부정적 감정은 또한 유연한 사고와 행동 능력을 떨어뜨려 학습자의 자기조절을 방해한다. 
  이제 감정 상태는 무엇에 의해 좌우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2) 감정 상태를 결정하는 신경전달물질(호르몬)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은 뇌를 비롯하여 체내의 신경 세포에서 방출되어 인접해 있는 신경 세포에 정보를 전달하는 일련의 물질이다. 한편 호르몬(hormone)은 우리 몸의 한 부분(주로 내분비샘)에서 분비되어 혈액을 타고 표적기관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화학물질을 말한다. 이런 물질들이 사람의 마음 상태와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 낸다.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은 기본적으로 분비되는 곳이 다르다, 하지만 도파민 같은 것은 신경전달물질이면서 동시에 호르몬이기도 하다. 
 
  학습과 도움이 되는 긍정적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그림 1> 긍정적 감정을 만드는 주요 신경전달물질(호르몬)
https://www.healthyoptions.com.ph/newsdigest/happy-chemicals/your-happy-chemicals-dopamine-serotonin-endorphins-oxytocin
 
  위 4가지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그래서 학습에 도움이 되는 화학물질이다. 어떻게 이의 분비를 도울 수 있는지 보자.
 
• 도파민 – 단백질 섭취, 포화지방산 덜 먹기, 장의 유익균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규칙적 운동, 충분한 수면, 음악 듣기, 명상하기, 충분히 햇볕 쬐기 등을 통해 분비를 도울 수 있다.
• 세로토닌 – 과거 성공이나 승리 경험 되새기기, 기분 좋게 외식하거나 커피 마시기, 하루 20분 이상 햇볕 쬐기, 운동하기 등을 통해 분비를 도울 수 있다.
• 엔돌핀 - 동물의 뇌 등에서 추출되는 모르핀과 같은 진통효과를 가지는 물질의 총칭이다. 규칙적으로 운동과 많이 웃음으로써 엔돌핀 분비를 도울 수 있다. 
  엔돌핀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같이 잘라져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통증 불안 등을 경감시켜 즐거움과 진통 효과를 주는 아주 고마운 물질이다. 엔돌핀의 분비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증가되나 즐거울 때는 억제된다. 예를 들어 통증자극이 가해질 때나 임신 중 산통이 시작될 때에 산모와 태아의 뇌에서 엔돌핀 유리(遊離)가 최고조에 달하여 위급상황에 대처하게 되며 출산후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출처: 네이버 사전 – 엔돌핀(서유헌)
• 옥시토신 – 주로 오르가즘을 느낄 때, 산모의 출산시, 수유할 때, 안아줄 때, 기분 좋게 선물을 할 때 분비된다. 옥시토신이 분비는 친근감, 신뢰감, 건강한 관계 등을 강화한다.
 
  누구나 집중해서 학습을 몇 시간 하고 나면 더 이상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가 온다. 이는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었다는 신호다. 이때 집중력을 회복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산책이나 운동을 통해 학습에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문질을 다시 분비시키는 일이다. 교실 수업의 상황에서는 수업시작 전 수업에 방해되는 감정 상태를 수업에 도움이 되는 감정 상태로 바꾸는 활동이 필요하고 매 10-20분마다 뇌 휴식 활동(brain breaks)을 하거나 신체 움직임을 수반한 수업이 필요하다.
 
3) 뇌의 3층 구조와 ‘감정의 뇌’ 
  맥린(MacLean)의 3위일체 뇌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크게 3층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이 생명과 생존(survival)을 담당(예: 호흡, 심장박동, 혈압 조절 등)하는 뇌간(brain stem)이고, 2층이 ‘감정(emotion)’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이며, 3층이 고차원적 사고 즉 이성(thinking)을 담당하는 신피질(neocortex)이다. 실제의 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지만 그 복잡한 기능을 이렇게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론을 활용하고 있다.
 
<그림 2> 3위1체의 뇌(triune brain)
 
  이상 3가지 뇌의 발달 단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명의 뇌’ 기능은 태어날 때 벌써 다 발달한 상태다. 한편 ‘감정의 뇌’는 13-14세가 되면 완전히 발달하고, ‘이성의 뇌’는 24-25세는 되어야 충분히 발달한다. 청소년기 학생들이 충동성이나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쉬운 것도 뇌의 이런 발달 과정과 관련이 깊다. 청소년의 경우 발달 단계상 행동하기 전에 생각해보는 것이 어렵다. 이때는 보상과 관심을 얻고자 하는 변연계의 욕구가 전전두엽의 이성적 사고를 압도한다. 청소년의 뇌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닮았다. 청소년 뇌에 대한 교육자들의 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그림 3> 변연계(감정의 뇌)와 전두엽(이성의 뇌)의 발달
 
  인간 뇌의 진화 과정은 매우 특이하다. 원시적인 뇌라고 할 수 있는 뇌간(brain stem)이 진화를 해 더 고등한 뇌로 재탄생된 것이 아니라 이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 위에 감정의 뇌(limbic area)가 추가되었고, 다시 그 위에 이성의 뇌(neocortex)가 덧씌워지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이렇게 인간의 뇌는 3가지의 서로 다른 뇌가 공존하며 통합적으로 그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파충류의 속성, 개·고양이·사자와 같은 구 포유류의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인간의 문명은 아직 중간 단계에 머물고 있다. 더 이상 본능과 직관에 의해서만 사고하고 행동하지(guided) 않는다는 점에서는 간신히 짐승임을 면했고, 그러나 아직 완전히 이성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직 완전한 인간됨과는 거리가 멀다.”(Theodore Dreiser)
 
  3개의 서로 다른 뇌의 기능은 교실 수업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우선 안전한 교실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생존의 뇌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만 제기능을 발휘한다. 다음으로 스트레스가 적은 마음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의 뇌는 학습을 방해하고, 심하면 생존 뇌에 대들거나 도망가는 반응(fight or flight)을 촉발하면서 이성이 뇌로 통하는 길을 막을 수도 있다. 감정의 뇌가 긍정적이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도파민이 분비되고 학습을 촉진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제로서의 가치가 높은 내용을 토대로 한 교사의 열정적 수업이 요구된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계획하고, 목표를 수립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주의를 어디에 기울일지를 결정하는 신피질의 전전두엽 기능을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것(사전지식)과 연결 짓기, 가르치는 내용을 학습자의 실제 삶과 필요 등에 연결 짓기, 뇌의 정보처리에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배울 내용을 적절한 크기로 나누기(chunking)(뇌가 단기기억 시스템에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정보의 수가 3-4개에 불과), 학습자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게 하기, 일정한 간격으로 잠시 쉬어주기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제일 상단에 위치한 이성의 뇌 기능이 학습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지만 “감정은 학습으로 가는 문지기 혹은 온오프 스위치다”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사는 감정의 뇌의 최적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감정과 이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뒤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4) 뇌의 ‘감정 정보’ 우선적 처리
  뇌의 정보처리에는 순서가 있다. 아래 <그림 4>처럼 ‘생존 정보’를 가장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이 ‘감정 정보’다. 교실 수업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학습 정보’는 정보처리 우선순위에서 맨 끝이다. 이는 교사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습자의 생존 욕구와 감정 상태 먼저 살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존 욕구는 수면, 식욕, 짝짓기 등의 욕구를 말하고 감정 상태는 현재 학습할 기분인가를 말한다. 아침을 거르고 온 학생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그래서 교사는 수업시작 전에 학습자의 기분부터 파악해야 한다. 잠은 제대로 잤는지 배가 고파 집중이 안 되는 상황은 아닌지, 불안, 걱정 등이 감정의 뇌를 온통 지배하고 있는 상태는 아닌지 이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뇌가 정보처리 순서에서 두 번째로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수업에 관한 정보가 아니라 감정과 관련된 정보다. 뇌는 무미건조한(dry) 정보보다 감정이 묻어있는 정보에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생존을 위해서다. 열정과 흥미라는 감정이 묻어 있지 않은 교과서 중심의 진도빼기식 수업은 학습자의 뇌가 외면하기에 최적의 상황이다. 뇌는 선천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novelty)과 즐거움(pleasure)을 찾는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따분한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보다 옆자리 친구와 장난을 치는 것이 자기 생존에 훨씬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이처럼 학습자의 주의를 누가 먼저 차지하는가는 경쟁관계에 있다. 그래서 교사는 당위성만 가지고 아이들에게 수업에 집중하라고 부탁하기 전에 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수업설계를 하고 교수법을 갖추어야 한다. 핵심은 감정이 실린 수업이다. 감정이 실린 수업이 어떤 것인지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림 4> 뇌의 정보처리 우선순위
 
  여기서 특히 감정 정보를 처리하는 변연계의 핵심 구조물의 하나인 편도체(amygdala, 扁桃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편도체는 아몬드(almond)처럼 생겼다고 해서 “amygdala”라는 이름이 붙었다. 편도체는 생존을 위한 공포탐지기나 화재경보기 역할을 하는 것 외에 정서적 학습과도 관련이 있다.
  편도체는 뇌 속으로 들어온 감정 정보가 생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정보 분석을 통해 위협이 감지되면(예: 길을 걷다가 바로 발 앞에 뱀을 발견했거나 운전을 하다가 충돌 직전에 멈추게 되었을 때) 편도체는 시상하부(thalamus-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기관)와 뇌간(brain stem-호흡·맥박·혈압 등 생명을 유지시키는 일에 관여)에 메시지를 전달해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맥박수를 올리고 팔다리에 에너지를 보내며, 대들어 싸울지 도망갈지(fight or flight)를 결정하게 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시킨다.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위협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도 화재경보기를 긴급히 작동시킨다. 이런 순간에는 이성의 뇌의 작동이 일시적으로 멈춘다. 이런 현상을 편도체 하이제킹(amygdala hijacking)이라고 부른다. 편도체 부위의 과대한 대사(代謝) 작용 때문에 이성의 뇌로 정보를 보내는 통로가 순간적으로 차단되는 현상이다. 순간적으로 과전류가 흘렀을 때 두꺼비집이 내려가 정상적인 전류의 흐름이 중단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편도체 하이제킹이란 생리적 현상을 이해하면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 문제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 아동은 성찰적 뇌에 비해 반사적 반응을 하는 감정의 뇌가 고도로 발달된 세대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때 교사의 대응방식이 중요하다. 학생의 문제행동은 스트레스 발작에 가깝다. 이 경우 “네가 그런 말/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까 참기 어려운 상황인가 보구나. 화가 좀 가라앉고 나면 왜 화가 났는지 네 얘기를 들려주겠니? 지금은 좀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가라앉혀봐.” 식의 대화를 나누어 학생의 뇌(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가 균형을 갖추어 평상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생존정보가 정보처리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은 메슬로의 욕구 사다리 이론 중 안전 욕구와 사랑·소속 욕구의 중요성과 맞닿아 있다. 뇌의 정보처리 우선순위는 생활지도와 수업지도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요소의 하나다. 또한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도 편도체의 역할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화재경보기가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인지적 학습도 제대로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교사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가 균형을 이루도록 학생의 마음 상태를 학습에 유리한 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학습을 위한 최적의 학습자 심리상태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크라센(Krashen)의 ‘정의적 여과장치 가설’(The Affective Filter Hypothesis)을 잠깐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그림 5> 정의적 여과장치 가설(Krashen, 1987)
 
  크라센의 이 가설에 따르면 이해 가능한 언어입력(comprehensible input)이 주어지더라도 정의적 필터(affective filter)가 높으면 그 입력은 내재된 언어습득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에 이르지 못한다는 가설이다. 따라서 외국어를 잘 배울 수 있으려면 학습자의 높은 동기, 높은 자존감/자신감, 낮은 불안감 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편도체의 기능을 이해하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교육뇌과학(educational neuroscience)에서는 학습을 위한 최적의 마음 상태를 ‘Relaxed Alertness’라고 표현한다. 이는 ‘편안하면서 정신이 초롱초롱하고 의욕에 차 있는 상태’를 말한다. 크라센은 이를 정의적 필터가 낮은 상태라고 서술하고 있다. 크라센의 정의적 여과장치 가설은 뇌의 편도체가 공포 등의 위협적인 정보를 처리할 때 학습을 관장하는 이성의 뇌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는 내용과 맞닿아 있다. 
 
 
2. 감정과 인지, 의사결정
 
  역사적으로 보면 감정과 인지는 대개 분리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 둘은 상호의존적이고 분리할 수 없는 영역임이 밝혀졌다. 감정은 주의를 작동시키고, 주의는 인지기능을 작동시키며, 인지작용은 기억의 회로를 만든다. 이렇게 학습과 기억작용에 긍정적 감정과 정서는 필수적이다. 
 
“감정은 생각, 행동, 학습과정의 일부이자 기본배경이다(Caine et al. 2009)” 
 
<그림 6> 감정과 인지의 관계
출처: Jensen, 워크숍 자료집, 2006
 
  감정이 인지작용의 결과인 예를 들어보자. ‘두려움’이란 감정은 무엇이 위협적이란 인지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고, ‘화’는 모욕을 받았다는 인지적 사고에 대한 반응이다. 또한 ‘흥미’란 감정은 어떤 것이 개인의 필요(needs)와 관련이 있고 새로운가에 대한 인지적 평가활동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한편 감정과 의사결정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감정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하고, 폭넓으며, 예측 가능한 요소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와 관련된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그는 감정을 생성하는 뇌의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을 연구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감정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은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무엇을 먹을지조차 결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감정은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래 그림을 보자.
 
<그림 7> 감정-직관-인지-의사결정의 관계
https://omegazadvisors.com/2010/05/07/decisions-roles-of-intuition-and-cognition/
 
  감정과 기분은 직관을 형성하고 직관과 인지적 기능은 연동해서 작동한다. 직관은 인지적 사고의 연료가 되고 방향을 제시한다. 인간은 이런 식으로 원하는 것(wants)을 합리화한다. 감정과 기분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직관은 레이더(전파탐지기)와 같다. 레이더를 통해서는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없다. 대략의 아이디어를 줄 뿐이며 위치와 방향의 시사점만을 얻을 수 있다. 직관은 바로 이런 것이다(Mike Lehr, 2010). 무의식의 차원에서 감정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학습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사회적·정의적 지능의 발달과 사회적·정의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감정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인간의 뇌는 선천적으로 외부 정보를 접하는 순간 정보의 패턴을 인식하려고 한다. 그 정보가 생존에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의 판단은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패턴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물체, 행동, 절차, 시스템, 관계, 상황 등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 비가 오고, 아기가 배가 고파 울면 밥을 주는 관계도 패턴이고 영어 단어도 수학문제도 패턴이고 문장의 5형식도 대표적인 패턴의 예다. 어떤 정보의 패턴을 이해할 수 있으면 그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에 실패한다. 이런 패턴을 읽는데 감정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분이 좋은 날은 꽃이 아름답게 보이고 똑같은 꽃이라도 매우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슬프게 보이는 법이다. 사람이 상대방의 얘기를 들을 때도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즉 감정 상태에 따라 이해와 해석이 달라진다. 이와 같이 감정은 사물을 이해하는데 (사물의 패턴을 파악하는데) 그 내용과 방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지적 학습에 감정이 미치는 영향은 상식을 훨씬 뛰어 넘는다. 전통적으로 감정은 학습의 방해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새로운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감정과 인지는 상호의존적이다. 감정에 대한 이런 인식의 변화와 관련해 배우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종전에는 감정이란 유리그릇 가게에 걸음마를 갓 할 줄 아는 아기가 들어가 진열대 위해 잘 정돈된 그릇들을 가지고 저지레를 하는 것쯤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감정이 유리그릇들을 받혀주고 있는 받침 진열대와 같은 존재라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인지적 사고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놀라운 발견이다. 인간의 의사결정에 이성보다는 감정과 감성이 더 크게 관여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권을 사기로 결정한 것은 이성적 행위인가 아니면 감성적 행위인가? 당연히 후자다. 그렇게 확률이 낮은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이성의 행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림 8> 감정과 주의
 
“감정을 건드리면 주의를 끌 수 있다.”
 
  감정과 학습에 관련된 명언 수준의 말들이 매우 많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감정에 의해 어떤 자극에 주의(attention)를 줄지, 무엇을 학습하고 기억할지 결정된다 (Kovalik, 2009). 감정은 주의를 이끌고, 주의는 학습을 이끈다.”
• “감정은 학습을 위한 온오프 스위치이다.”
• “감정의 개입 없이는 신경생물학적으로 기억을 형성하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며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실제로 불가능하다(Immordino-Yang, 2016)”
• “감정은 인지적 스킬과 구분되며 새롭게 추가되는 요소(add-ons)가 아니다. 인지적 스킬 자체의 차원에 속한다(Shelly J. Schmidt, 2017).”
• “감정을 적절하게 수반하는 학습, 자기감정을 의식하고 조절하면서 이루어지는 학습이 효과적이다(Jensen, 2008; Caine et al. 2009).” 
• “감성적 사건은 더 잘 기억된다. 기억을 돕는 것은 정보의 중요성보다 감성의 고조(emotional arousal)다.” 
• “‘감정’이 경험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결정한다. 그래서 ‘감정’은 마음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건축가’ 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Greenspan & Shanker, 2004).”
• “학습과제에 참여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감정’은 학습자의 고유한 인지적 구조(학습·창조·변화의 지속적, 역동적, 상호작용 사이클)를 만들어 낸다(Greenspan and Benderly, 1997).”
 
  감정의 또 다른 한 측면은 기억과 학습에도 감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우선 어떤 정보를 기억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업 내용이 새롭지도 가치가 있지도 않게 느껴지면 학생은 수업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학습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려면 교사는 수업 내용이 새롭고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감정은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그것이 강하게 묻어있는 내용은 오래 기억되는 특성이 있다. 미국의 9.11 사태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감정의 이런 특성은 감정이 실린 수업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뇌는 감정이 묻어있는 외부 자극이나 수업 내용에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수업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감정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뇌과학에서 교사를 ‘학생의 감정상태 관리자’(mind state manag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업을 유머로 시작한다든가, 수업과 관련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것, 약 10-20분마다 수업의 모드를 바꾸는 등 변화를 주어야 하는 이유도 학습자의 감정 상태 전환과 관련이 있다. 
 
<알림> 다음 칼럼에서는 ‘감정과 교실 수업’에 대한 전략과 실천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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