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육교사모임

[논평] 비교과교사의 승진 보장보다

 

구시대적 승진제 폐지, 교원직무표준 법제화가 먼저입니다.

 

 

-강득구 의원 발의 ·중등교육법일부 개정안에 대한 논평-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돼 있었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러 경제 지표나 문화 자본의 성장이 선진국임을 입증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구시대적인 법제도가 온존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교원 승진제도와 교장 자격증제입니다.

 

선진국 중 어느 나라가 차곡차곡 점수를 쌓은 교사들 중 일부에게 교장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습니까? 이 교장 자격증의 출발은 1910년 이후 일본인 교원만이 교장을 겸임하도록 하다가 31운동 이후 문화 통치를 표방하면서 조선인 교원 중 우량 교원을 소수 선발하여 강습을 시켜 교장 예비군을 양성하던 것에 역사적 뿌리가 있습니다. 백 년이 지나도록 이 제도는 온존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교원 승진제도와 교장 자격증제도가 우리 교육에 순 기능을 한다면 오늘의 이런 논란은 불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년 직업만족도 분석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장은 전체 6위의 만족도를 보여줍니다. 반면 OECD에서 주관하는 TALIS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들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의 직업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장에 대한 여러 학술 연구자료에서도 현행 교장 승진 제도와 자격증 제도는 여러 한계를 갖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승진제도에서 근무성적 평정 점수 비중에 비해 관리자의 편향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점, 승진을 위한 대가로 경제적 비용과 시간, 다른 성취에 대한 포기 등을 희생했기 때문에 손실 회피 현상과 매몰 비용 효과 때문에 승진 경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 교원 승진제도가 관리자의 잘못된 프레이밍 효과를 제거하거나 견제, 보완하는 장치를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 이로 인해 긍정적인 교직 문화를 창출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고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비교과 교사도 승진 점수를 얻어서 승진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것은 언 발의 오줌 누기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현행 교원 승진제도와 교장 자격증제를 개편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 방향은 미래세대를 위한 학교교육에서 교장·의 역할은 무엇이며 그 직무표준은 무엇인가를 설계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 선진국들은 교장의 직무표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게 교장을 양성하고 전문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PSEL (Professional Standard for Educational Leaders)을 통해, 호주의 경우 APSP(Australian Professional Standard for Principals and the leadership profiles)를 통해 리더십의 요건, 전문성,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할 영역 등을 확실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장이 갖추어야 할 전문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교육기관인 학교를 이끄는 수장이기 때문에, 교육 즉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필요합니다. 수십 년을 교과 교사로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활동을 해도 갖추기 어려운 것이 교육과정 전문성입니다. 그래서 전문적 학습공동체, 수업 공개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장이 인사만 하고 나가거나 참여 자체를 하지 않아서 비판을 받습니다. 비교과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승진 점수가 교장의 직무 전문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해 교장 복불복이라는 하소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학교장에게 통할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쥐어주고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201(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이 개정되어 교무를 통할하는 것이 총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통할과 총괄의 차이가 무엇인지, 교장의 직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어감 때문에 용어만 바꾼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합니다. 이런 현실은 그대로 두면서 비교과 교사들에게 교장 승진의 길을 보장해 주는 것이 우선인지 물어야 합니다.

 

더불어, 선진국 중에 사서를 사서교사로, 상담사를 상담교사로, 영양사를 영양교사로 교과교사와 동일한 성격의 직위에 두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교과교사는 교과교사로, 사서는 사서로, 상담사는 상담사로, 영양사는 영양사로서의 고유한 직무가 있습니다. 학교장에 대한 직무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처럼 교과 및 비교과교사의 직무표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입니다.

 

방학 중에 학교에는 돌봄교실과 방과후 교실, 영어캠프 등으로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에 드나들고 있음에도 교사라는 이유로 보건실은 문이 잠겨 있고, 학교 도서관에 사서 교사가 없습니다. 각자 해야 할 고유한 역할과 직무가 있습니다. 그런 구분 없이 교사가 되었다고 해야 할 일을 도외시한 채 권리만을 누리려고 한다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구시대적 승진제도 프레임을 넘어서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장제도와 교원의 직무표준에 대한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실천교육교사모임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2021.08.18.

 

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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