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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교육 당국은 입시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마라!

 

교육 발전을 역행하는 '수능 롤백' 시도 즉각 중단하라!

 

 

1. 여러 보도에 의하면 '일제고사'의 끝판왕 수능 정시모집 확대를 교육부 박춘란 차관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강남권이나 특목고 자사고 학부모, 그리고 사교육 학원 업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수능으로의 입시제 '롤백' 주장과 동일한 맥락의 행보이다.

 

2. 그러나 수능은 '표준화 검사'라는 20세기 중반에 유행하던 낡은 측정 방식이라 미래사회에 걸맞지 않은 평가 방식일 뿐더러, 한국 특유의 살인적인 입시 경쟁 풍토 속에서 1점에 집착하는 극심한 고통과 낭비를 야기하는 평가 방식이다. 숱한 학생들을 자살로 잃던 끝에 이미 십여년전 바꾸어가기로 합의한 방식이다.

 

3. 현 시점에서 수능은 '교육적 타당성'이 부족하다. 한 문장이 문어체로 7~8줄에 이르는 영어 문제가 학생의 외국어 의사소통 실력 검증에 부합하는가? 기업을 보라. 채용 때 1점까지 따져 인재를 뽑는지 일정 후보군 안에서 면접을 통해 뽑는지. 사실 현행 입시 변화는 사회 변화에 후행하는 것일 뿐이다.

 

4. 최근 들어 부쩍 요구되고 있는 창의성이나 인성, 민주시민교육 등토을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 한국은 타국을 베끼는 추격자 전략을 넘어 스스로 판을 만들고 협력적으로 풀어내는 미래역량, 문제설정능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BS 수능 지문 암기로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5. 사실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 같은 나라들이나 하는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며 밀어붙였던 이유도 수능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진리 독점'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육은 이제 '주입식'이 아니라 '이끌어 내는'(educate)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선진 OECD 국가의 표준이다.

 

6. 일각에서는 수능이야말로 공정하다고 '흙수저'에게 유리하다 한다. 그런데 그는 과거 전두환정부 시절 과외가 금지되어 있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수능이야 말로 사교육비 지불여력에 종속되는 철저한 '금수저' 전형이다.

 

7. 물론 현 입시제에도 컨설팅 등 사교육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류층에게 훨씬 더 고비용을 지불케 함으로서 그 빈도를 줄이고,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수능이라면 소위 명문대 진학이 불가능했을 주변부, 하위층 학생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 실제의 모습이다. 이견이 있다면 수능이 '흙수저'에 유리했고, 학종으로 '금수저' 편중이 심해졌다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라.

 

8. 2008-2018년 사이 국민소득이 1.42배 증가하였으니 사교육비가 소액 늘고 돌봄 부재로 인한 돌봄성 사교육 증가분이 나타나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피한 일이고, 2008-2018년 사이 특목 자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웬만큼 한다는 학생들의 거의 절반을 흡수해 버렸으니 특목고 자사고 학생 비율이 높아지는건 당연한데도 사교육업자들은 이를 견강부회 하고 이를 걸러야 할 당국이 흔들리고 있다.

 

9. 당연히 현 입시제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학생부에 교과는 물론 소논문에서부터 봉사, 스포츠클럽까지 온갖 스펙을 다 넣어 놓아 학생과 학부모들이 매우 힘들다. 이러한 틈을 비집고 부모가 개입하는 불공정 요소도 존재한다. 개별 교사에 따른 학생부 서술 편차도 없지 않다.

 

10. 그래서 우리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작년 학생부 간소화에 대한 현장 연구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생기부를 여러 교사가 공동으로 작성하게 하여 교사 개인의 편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제안한 바도 있고 이에 관해서는 여러 차례 김상곤 장관의 언급도 있었다.

 

11. 그러나 관료주의적 복지 부동, 교육부 내 적폐 세력의 준동 속에서 이러한 개혁안은 현재까지 표류만 하고 있는 중이고 급기야 일대 다 강의를 통해 최대의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교육업체와 기존 시스템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관료 적폐 세력이 합작하여 교육 발전의 물꼬를 거꾸로 돌리려는 데에 이르게 되었다.

 

12. 만일 교육부가 '수능 롤백'의 사인을 준다면 그간 주춤하던 '수능 한방' 문제풀이 행태가 되살아나 현재 미래사회에 조응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민주시민교육, 문예체교육 등이 다시 형태도 없이 녹아 없어지고 교육을 통한 미래형 사회 혁신도 물건너가게 된다. 10년 전처럼 성적을 비관하여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다시 늘어날 위험도 높다.

 

13.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과연 이러한 엄중한 사안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가? 입시제도 역행을 주도하고 있는 박춘란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 파견 서울부교육감으로서 창조경제 청년일자리 늘이기 사업에 깊숙히 관여한 인물이며, 누리과정과 국정교과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나 현 정부의 성평등 정책으로 영전한 바 있다.

 

14. 만일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상곤 장관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냉철히 분석하여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펼침과 동시에 미래형 교육을 이어가되 명백하고 현존하는 현 입시제도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초중등 교육 전문가인 우리 현장 교사들은 이에 대해 얼마든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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