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육교사모임

[성명] 2020년 서울시교육청 평가지침 유감

개선을 빌미로 교사의 평가권 축소하는 평가방법 개선안 재고해야.

 

서울시교육청은 2020서울교육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서울 학생 미래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을 목표로 하는 평가방법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평가 개선안은 평가의 40% 이상을 과정 중심 수행평가로 실시하고, 정기고사 배점의 20% 이상을 서논술형 평가로 실시하며, 중간고사 성적 통지 시에도 수행평가 성적을 반드시 포함하라는 지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논술형 평가와 수행평가 합산 비율 50% 이상 확대 권장이었던 작년 지침보다 훨씬 더 세세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교사가 발휘할 수 있었던 평가권을 위축시키는 것입니다. 교사가 자신의 재량을 발휘하여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수업과 평가를 계획해서 실행할 수 있었던 여지들을 오히려 축소시키고, 현장교사들의 수업과 평가를 관리대상화하려는 의도로 보일 정도입니다.

 

교과마다 시수도 다르고 특성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마다, 성취기준마다 적절한 평가 방법도 다릅니다. 어떻게 모든 교과에 동일하게 획일적인 평가 비율을 지정하겠다는 것을 서울시교육청의 평가혁신 방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일까요?

 

학생들의 배움을 촉진하고, 성장과 발달을 위한 평가는 모든 교과에 일률적인 비율로 서논술형 평가를 지정한다고 가능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논술형 평가는 학생들의 반응과 수업 결과물에 적절하게 피드백을 해주는 과정 중심 수행평가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피드백 없이 시험지로 서논술형평가를 시행하는 것이 오히려 기존의 평가와 다를 바 없는 결과 중심 평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평가혁신의 진짜 과제는 선다형이냐 서술형이냐, 선택형이냐 논술형이냐 평가 형태와 그 비율을 규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있습니다. 수업과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있느냐, 정해진 비율만 기계적으로 맞추는 것으로 평가혁신을 다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느냐 그 차이에 있습니다.

 

중간고사 성적표에 수행평가 성적표도 같이 내보내라는 지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정중심평가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할 것입니다. 주당 수업 시수가 적은 교과는 중간고사까지 수업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일률적으로 수행평가 성적표를 내야 한다면, 수행 과정에서 피드백을 통한 학생의 성장은 엄두도 낼 수 없을 것입니다. 단계적 접근 계획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수행평가보다, 짧게 1~2차시로 끝낼 수 있는 수행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진짜 평가혁신을 바란다면, 교사들에게 성취기준에 맞으면서도 원하는 문제를 출제할 수 있는 권한, 논술형 평가를 한다고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권한, 긴 서술문이나 논술문을 읽고 신중하게 채점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2016년 광주교육청 정책연구 서술형논술형 지필평가의 학교현장 활성화 가능요인 탐색을 보면 현장에서 서논술형 평가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의지에서 이어지는 자발적 실천, 교사의 자율성 확대 및 권한 회복, 신뢰 중심의 학교문화와 긴밀한 협의 구조, 성과를 통한 평가변화의 유용성 확인을 들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한 요인을 강제한다고 평가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2020년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을 보면 위의 요인 중 그 어느 하나 만족하는 것이 없습니다. 많은 수업시수와 행정업무. 학기말의 생활기록부라는 업무 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교사가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을 감수하면서 서술다운 서술형 평가, 논술다운 논술형 평가를 감당하려고 할까요?

 

탁상머리 행정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하면 요식행위가 나타나게 됩니다. 기계적으로 비율만 맞추고, 진짜 평가 혁신이 아닌, 지침만 따르면 되는 평가 혁신을 하는 셈입니다. 세세하게 비율을 제시하고 방법까지 강제하면 자발적으로 수업과 평가 혁신을 추동하던 교사들의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을 인정하고, 2020년 주요업무계획의 평가지침을 대폭 수정하길 바랍니다. 모든 교과에 획일적으로 서논술형 평가 비율을 강제하는 지침과 중간고사 수행평가 성적 기록 방침을 폐기해야 합니다. 교사들에게 권한을 주어야 거기에서 자발적인 실천이 일어날 것입니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자발적인 움직임을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짜 평가 혁신, 제대로 된 서논술형 평가가 현장에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202016

서울특별시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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