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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꿈꾸는 교육 교육이 숨 쉬는 학교

 

권재원 글 / 서유재

 

 

선생님의 글을 읽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는 매우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의 맨 끝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에 있어서 중유한 것은 ‘보수’냐, ‘진보’냐가 아닌 ‘교육’이 중심이어야 했다.

 

수능을 본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초등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수능이든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든 별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 전 강원도에서 아들 둘을 키워 대학에 보낸 큰누나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학종이 왜 금수저 전형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했는데 누나 생각은 다르단다. 천편일률 줄 세우기 수능으로 복귀한다면 시골 아이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도대체 왜 기자들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쩌면 ‘진보’에서 생각하는 흙수저 아이들은 강원도 산골 아이들이 아닌 특목고나 자사고를 제외한 도시의 일반계 고등학교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레 그 아이들의 학부모 표심이라는 대로 이어졌다.

 

이런 줄 세우기는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교육부 관료가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교육부 관료들이 만들어낸 교원평가제도는 교직사회에 시기와 질투, 좌절과 미안함만 남겼을 뿐이다. 전혀 다른 업무와 전혀 다른 수업을 하는 교사들을 어떻게 하나의 틀에 넣고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웃긴 건 그 기준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점수도 그 구성원이 매겨야 한다는 점이다. 부적격 교원 퇴출! 나도 찬성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부적격을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쓸 데 없는 짓을 할 시간에 아이들과 조금 더 이야기 나누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한 개라도 더 해보고 싶다. 그런데 겨우 1년 단위의 교원능력평가보다 더 어마어마한 것들이 교직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다. 교사는 행정가가 되기 위해 벽지 점수, 농어촌 점수, 연구학교 점수가 있는 학교를 남보다 먼저 가기 위해 눈치작전을 벌인다. 2018년 현재 한국에서는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학교를 통할하는 교장이 될 수 있다. 작년 프랑스 부흐 쥘베른 초등학교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교육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프랑스 학교의 모습은 생각보다 단촐했다. 컴퓨터 한 대 없는 교무실이 이상해서 컴퓨터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교장실에 행정업무를 위한 컴퓨터가 한 대 있고, 교사들은 필요하면 그냥 자기 노트북을 가져온단다. 그래서 교장실에 갔는데 미술실 옆 작은 공간이 교장실이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미술실에서 일주일에 이틀은 수업을 하고 삼일은 강사가 수업을 할 때 행정업무를 본다고 했다. 프랑스가 교육 선진국인 이유는 한국처럼 기자재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교육을 관통하는 그들의 민주의식 때문인 듯!

 

 

2014년 4월 16일 점심시간, 식사를 하면서 옆 반 선생님께 세월호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모두 구조되었다고 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오후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뒤의 처참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모든 국민에게 아픔으로 남았다. 나는 지금 세월호와 관련해서 누구의 잘못을 따지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이후 학교 현장에 불어 닥친 ‘안전교육’ 열풍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세월호 사건 이전에도 안전교육은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안전교과서가 배부되었고, 7대 안전교육(교통안전, 흡연예방, 약물 및 사이버 중독, 학교폭력(성폭력), 재난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를 연간안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52시간 편성해 가르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이걸 온전히 52시간 가르치는 교사가 있을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안전교육 계획서를 만들고 교과 수업 중에도 안전교육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세월호 아이들이 학교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서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던 것인가?

 

이렇게 허례허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안전교육 뿐만이 아니다. 노동자 교육, 정치 교육도 다 빛 좋은 개살구다. 교사 자신이 노동자 대접을 못 받고,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데 그걸 학생들에게 가르치라니! 그렇다면 교사는 나라에서 정한 대로 가르치고 더 이상 토 달지 말라? 그런데 나라가 잘못하고 있다면 그것을 묵과해야 하는 게 교사인가? 학교는 민주주의 시민을 길러내는 작은 실습실이다. 민주주의 교육은 정치와 불과분의 관계에 있으며 학교 수업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라는 미사여구를 만들어 붙인 건 누구란 말인가? 교사 자신인가? 아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자신들을 비판하는 교사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군사독재정권이 그 주인공이다. 정부와 교육부가 진정한 교육의 중립을 이루고자 한다면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 가르치라고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수업 중 토의와 토론을 거쳐 학생들이 스스로 중립을 이룰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게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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